둘인데 더 외로운건… 1% 때문이다

Smart fool thinks; 2009. 10. 15. 23:54


팝칼럼니스트로 시작한 정체불명의 연애담론가, 제가 좋아하는 김태훈씨의 칼럼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김태훈의 러브 토크] 둘인데 더 외로운건… 1%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외롭지만, 둘이 있으면 더 외롭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었던 것 같다. 알듯 말듯 명쾌하게 해석되지 않았던 문장이었지만 꽤 오랫동안 뇌의 어딘가에 봉인돼 있었던 모양이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금 모니터 위에 불려 나와 비로소 그 의미를 알려주고 있으니.

흔히 사랑의 결핍에서 외로움의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외로움의 본질엔 사랑의 부재가 아닌 누군가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없다는 절망이 자리 잡고 있다. 늦은 밤, 술집에서 혼자 잔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찾을 수 없다는 허탈감이 아닌, 누군가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없다는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바람둥이들의 잠언에 의하면 애인이 없는 상대보다 애인이 있는 상대를 유혹하기가 더 쉽다고 한다. 아무리 완벽한 애인이라고 해도 상대가 원하는 100%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99%의 완성도가 있어도 모자란 1% 때문에 갈증을 느낀다. 바람둥이들은 그 틈을 노린다. 게임은 의외로 공정치 못하다. 99%를 해준 연인보다 단 1%를 제공한 사람과 바람이 나니까. 바로 그 1%의 결핍이 외로움을 가져온다. 1%라는 빈약한 퍼센티지에 숨어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깊은 아쉬움이다.


안타까운 로맨티스트 스탕달의 연애론에 따르면, 연애에는 일곱가지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1) 감탄의 단계: 매력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 감탄을 느끼고 호감을 느끼게 되는 단계
2) 접근하고픈 단계: 상대를 갈망하게 되고, 상대에게 접근하게 되는 단계
3) 희망의 단계: 상대의 아름다운 면만 생각하게되고, 사랑을 갈망하는 단계
4) 사랑의 탄생 단계: 키스나 스킨십을 하고 연애의 감정이 직접 나타나는 단계
5) 제1의 결정작용(Christalization) 단계: 상대가 세상에 가장 멋있게 느껴지고, 내것이라는 확신을 느끼는 단계
6) 의혹이 생기는 단계: 애정의 깊이에 대한 의혹과 회의의 단계. 저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가? 라는 의혹들.
7) 제2의 결정작용 단계: 상대가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확신을 가지는 단계

스탕달의 시각에서 보면, 위의 칼럼은 6단계 의혹의 단계를 전후한 상황으로 볼 수 있겠지요. "나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그(녀)는 그럴 수가 있을까?" 라는 의혹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되겠군요. 6단계까지가 특별한 노력이 필요없는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볼때, 6단계를 극복하고 7단계에 이르는 것에는 꽤나 노력이 필요한 듯 합니다.


이해를 받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먼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절실한 단계이지요..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고비를 넘는 것이 항상 힘이 드는 건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