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웃라이어 (Outliers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Book 2009. 7. 5. 15:13


베트남 여행은 너무나 좋은 추억을 남겨주었다. 가장 먼저 하려던 일은 여행의 기억이 추억처럼 뭉그러지기 전에 멋지게! 여행기를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8박9일간의 여행도 정리하기가 만만치 않은지라 미루는 동안 재미있는 책을 하나 읽게 되어 먼저 아웃라이어에 대한 글을 먼저 쓰기로 한다.

예전에도 많은 평을 들고 내용을 간략히 알고 있던 터라, 또 깊이 생각하기 보다 흥미있는 통계 데이터와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어서 몇 시간 만에 쉽게 읽은 책.


책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명쾌하다.

1. 천재(재능)는 태어난다기 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 진다. (1부 Opportunity)

2. 이러한 천재의 후천적인 노력에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Ecosystem 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2부 Legacy)


재능의 후천성에 대해서는 통계 데이터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 근거가 명확하다. 1부 Opportunity도 흥미있게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더 끌렸던 내용은 저자가 Legacy라는 제목을 붙인 2부였다.

기업에서 재무/전략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국가간 전략과 시스템에 대해 – 특히 일본, 대만, 중국 및 한국의 IT 산업에 있어서-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우리는 이들의 인더스트리 클러스터를 에코시스템(Ecosystem)이라고 부르며 중요하게 판단한다. 특히 대만이 극명한 예인데, 대만에는

1) Foundry 업체라는 반도체 제조 전문업체들이 발달해 있고, (세계 1-2위 업체들이 모두 대만업체이며, 쉽게 제조를 위탁할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2) 전세계 컴퓨터 제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만은 브랜드가 아닌 OEM 기준으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많이 제조하는 국가이며, 최고의 세트 제조국이라는 것은 많은 부품과 모듈을 또한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IT 부문의 디자인 업체(Fabless)들이 성장하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력 측면에서도 좋은 인력들이 계속 양성되고 있고, 중국 문화에서는 일본처럼 직원의 회사 충성도가 높지 않아서, 급여에 따라 또는 사업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나는 것도 능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쫓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도 장벽이 낮아서, 대만의 Ecosystem은 이러한 사업가 정신을 실현하기에 좋은 구조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인 업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하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사실 이러한 Ecosystem을 가꾸는 것은 한순간에 되는 것도, 몇천억 돈을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전략적 지원이 없다면 쉽지는 않은 일이다.

주변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지만, 이 책에 대해 흥미로웠던 점은 이러한 국가간 Ecosystem 또는 경쟁전략을 개인의 성장에 시작을 두고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한가지 더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은 문화에 따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 다르고 이러한 인식이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토속적인 된장 정서에 살다가 나이들어 늦게 공부도 하고, 자주 여행도 하면서, 또 외국계 기업이라 외국인들과도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정말 문화가 다르면 관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고, 업무의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때로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 (및 동양 문화에서는) 직급-근무 연한-나이 등에 따라 은연중에 관계를 계층화하고 상하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양의 문화에서는 그 보다는 수평적인 구조에서 논의하고 토론하여 의견을 통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결제권자/직속 상사에 대한 자세 자체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많이들 듣고 알고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회의때 사장이고 팀장이고 없이 싸우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때는 꽤나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문화/권력에 대한 내용중 너무나 와 닿았던 말은; “권력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부끄러워하고 은밀하게 행사해야 할 그 무엇이다.” 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