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바이블: Stocks for the long run

Book 2010. 2. 11. 00:54


CFA 준비로 열심히는 보지 못하던 책 - 장기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입니다. 미국 워튼Wharton스쿨 교수인 제러미 시겔Jeremy J. Siegel 의 책이지요. (어디서 많이 보던 이름입니다. -_-) 사실 읽은지도 약간 되었는데,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오늘은 한번 여유를 부리고 싶어 정리해 봅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주식 투자에 대한 글이지만, 그러한 결론에 다다르기 까지 채권, 수익과 리스크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경제 및 경기 사이클, Valuation, 글로벌 시장 등 경제전반에 이르는 폭넓은 주제도 다루고 ETF, 시장 변동성, 기술적 분석 및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에 이르기 까지 실질적 내용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1. 연간 GDP 성장률 vs. 주식 시장 장기 수익률

... 그러나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당 이익과 배당이다. 경제 성장이 총 이익과 배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주당 이익과 배당금 성장률을 필연적으로 높이지는 않는다. 이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자본 지출이 늘어야 하는데 이 자본이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을 활용하고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Financing cost & accessibility to capital, 즉 조달 비용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여기서 조달 비용은 반드시 금전적 비용만 일컫는 것은 아니고, 법률/정치 시스템 및 사람들의 성장에 대한 확신과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래프에서 보듯이, 연간 GDP 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주식 시장의 장기 수익률이 오히려 떨어 지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시점이 모두 제각각이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도 있겠지만 GDP 성장률과 주식 시장 수익률이 비례할 것이라는 직관과 위배되는 것은 일단 명백해 보이는 군요..

 2. 연방 기금 금리와 주식 수익률

...  그러나 이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전략은 1950년대 부터 1990년대까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로 연방 기금 금리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금리가 인하될 때 주식 수익률은 부진했고, 금리가 인상될 때 주식 수익률은 오히려 양호했다....

 금리와 주식 수익률과의 관계입니다. 직관에 따르면, 금리가 오르면 주식 수익률이 떨어지고, 금리가 떨어지면 주식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직관은 2000년대 이후로 맞아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과거 금리와 주가의 관계를 오랜 기간 보아온 투자자들의 학습효과 때문이겠지요. 금리는 (주가 보다는) 경제 상황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신문에서도 떠든다면 모든 사람이 금리 인상 시점을 대략은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한달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는 정말 쉽지 않지만, 한달후 금리는 적당한 오차범위 내에서 거의 확실히 예상할 수 있지요) 이러한 예상은 바로 주식 시장에 반영되면서 과거보다 금리의 영향이 적어지고 (있거나 오히려 반대의 영향을 주고 있는) 있는 것이지요.


근간에 2000년 이후로 간략히 조사해본 우리나라 금리와도 유사한 시각입니다. 콜금리와 주가를 보면 1개월~12개월 lagging data(금리 leader vs. 주가 follower)를 보더라도 상관관계correlation가 -0.05~0.02 정도로 아주 약한 관련성을 보입니다. 즉, 금리의 변동 자체가 주가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보기에는 좀 약하다는 것이지요. 아래에서 보다시피 금리가 주가의 Leading 지표라기에는 조금 어려워보입니다.



한 두가지 더 중요한 시사점implication이 더 있었지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잘 생각이 안나는 군요. -_-; 하지만 책을 덮고서 꽤나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책임은 분명합니다. 투자와 관련해서 가장 좋아하던 책중의 하나가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인데, 그보다 더 다양한 투자 수단을 다루고 있고, 그보다 더 다양한 분석들에 근거하고 있어요. (물론 3개의 질문은 이러한 분석의 근거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3가지 원론적인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기는 합니다) 누구나 말로는 장기투자를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다면 더욱더 편안한 마음으로 장기 투자자로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책 제목이 그러하듯이..)

한가지 더, 책을 보면서 그리고 근간에 관심있게 보는 이웃 블로그들을 보면서 기술적 분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직장인(이어서 단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 및 CFA 준비를 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된 - 내재가치Intrinsic value에 대한 생각이 커서 일지도, 아니면 단기적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주식 투자에 실패하는 개인들을 많이 보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기술적 분석에 대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지요(오히려 약간은 무시하는 태도였는지도 몰라요 >.<) 하지만, 단기적(1년정도 미만) 시각에서 수급(매수/매도)은 주가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자금/주식의 수급을 가장 적절히 잘 알수 있는 분석이 바로 기술적 분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기적으로 볼때 분명히 명분이 약한 지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년간 몇% 차이는 만들 수 있는 지표라 생각이 되네요. 언젠가 시간이 좀 지나면 기술적 분석에 대해서도 약간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주식 시장에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개인투자자, 글로벌 투자의 큰 그림이 궁금한 투자자, 그리고 단타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꽤나 도움이 될 법한 책입니다. 번역은 미래에셋 자산운용컨설팅본부에서 했다지요. (미래에셋 주가가 완전 실망스럽지만 회복은 하리라 생각합니다. 흑흑) 아, 올해 초에 가졌던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에 큰 변화는 없지만, 회복에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는 생각합니다~ 어차피 일이 바빠진 마당이라 그다지 많이 속이 쓰리진 않네요.ㅋㅋ (이거원 불행인지 다행인지... -_-)

Psychological call option & Regret

Investment 2009. 11. 7. 16:32


1. 콜 옵션
일전에 Nudge에서 옵션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콜 옵션은 특정 자산을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풋 옵션은 그 반대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권리라는 것이 의무와는 다르게, 행사(Execution)를 할 수도, 그냥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즉 A라는 기업의 주가가 현재 1,000원인데 1년후 2,000원에 살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다면, 1년후 만기일에 주가가 3,000원이 되는 경우 콜옵션을 행사하고 3,000원 짜리 주식을 2,000원에 사는 것이지요. 아무튼 주식 시장에서는 이러한 의미로 사용이 됩니다.

2. (미국의) 주식 중개인
미국에는 주식 중개인(정확히는 Financial adviser)들이 많은가 봅니다. 개인들에게 재무 상담을 해주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며, 특정 주식을 사고 팔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도록 상담을 해 줍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Private banking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주로 제공해 주지만, 금융 서비스가 약한데다가 인터넷 강국!답게 개인들이 알아서 혼자 투자 결정을 하고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창구에서 투자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주식/펀드를 처음 선택할 때 뿐이고 포트폴리오 조정(Rebalancing)의 경우 등에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후회(Regret)
자기가 판단해서 결정을 내렸을때와 조언자(또는 대리인)의 조언에 따라 결정을 내렸을때, 잘못된 결정인 것이 밝혀졌다면 어느쪽이 더 후회스럽고 화가 날까요? (저의 경우는 조언자의 조언에 따랐을 경우일 것 같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기가 판단한 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 더 크게 후회하고 아파한다고 합니다. 대리인의 조언에 따랐을 경우에는 그 사람을 비난해 버림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후회를 적게 하고 자아(Ego)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군요.

4. 주식 중개인 = 심리적 의미의 콜옵션
그런 의미에서 주식 중개인은 심리적 의미의 콜옵션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중개인이 올바른 조언을 주었을 경우에는 자기 자신이 올바른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잘못된 조언이었음이 밝혀지는 경우 그 중개인에게 비난을 돌림으로써 자신의 자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잘되면 자기 탓, 잘못되면 남 탓. 주식 중개인은 잘못 되었을 경우 자신을 보호할 보험이자, 콜옵션인 것이지요.

때로 의사 결정에 있어서 동전 던지기로 결정을 한다거나, 옷을 살 때 친구를 데리고 가는 것, 중요한 의사 결정에 가능한 주요 인물들을 참여시키는 것 등의 경우에서, 가능한 좋은 결과를 내거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 크기는 하겠지만,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외부에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는 도구로 사용이 될 수 있군요. 심리학 용어로 Self-attribution 이라고 한다는데, 후회할 위험이 있다면 때로 콜 옵션(보험) 하나쯤 묻어두는 것도 정신 건강에 나쁘진 않을 듯 합니다.  반성은 하더라도 후회는 하지말자 주의이기는 하지만..

머리는 옵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