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마리코] 아내의 여자친구 & 유리정원

Book 2008. 8. 11. 23:11

근간 적어도 4-5년은 소설을 읽지 않은 듯 한데, 간만에 편안한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책은 대출중이고 왠만한 신간은 아직 도서관에 도착전. 소설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기에 급하게 들른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오래전에 읽은 [상실의 시대]를 기억하고는 일본 소설을 편하게 읽어볼 생각으로 고른 두권의 책. 둘다 고이케 마리코라는 작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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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여자친구 / 1989
6개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된 추리(?) 소설. 워낙에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지라 추리소설에서 필수적인 포석들은 매번 쉽게 눈치챌 정도이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들은 짜릿하기는 하지만 쇼킹하거나 무릎을 탁!치게되는 그런 류의 반전은 아니다. 다만 염려하던 일들이 일어나게 되어버린 그런 당혹감.

공포영화를 보고도 그다지 무서워 하지 않는 체질이고, 귀신 이야기는 재미있게 즐기지만 무섭지는 않으며, 다만 무서운 것은 사람 - 악한 사람 - 인 탓에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 섬뜻하게 생각되기는 했다. 신문의 사회면이나 "휴지통", Gossip 거리에서 읽는 요지경 세상일의 충격정도. 어쨌든 벌써 따지고 보면 20년 전의 소설이니 그때 당시로서는 꽤나 당혹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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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정원 / 2002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동일 작가의 연애소설. -_-; 연애소설인줄 모르고 같은 작가의 책을 들었던 지라, 중간쯤에 이르기 까지도 어디서부터 본격적인 추리 소설 또는 스릴러의 형태를 나타낼까 조바심을 냈었다. 하지만 중반을 넘겨서야 다만 불륜을 소재로한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소설임을 인정할 수 있었다. 서정적인 묘사보다 서사적인 스토리 라인을 더 즐기는 나에게도, 사랑이 이루어 지고 사랑을 표현하는 장소인 정원에 대한 그림같은 묘사는 영상처럼 그려질 수 있었다.

단순한 통속 소설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안타까운 사랑을 도와주었던 데루가 남긴 평범한 한마디 말은 가슴 한편을 쓰리게도, 감동스럽게도 만들었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건 특별하니까요.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그런 사랑이 아니지요. 부모형제는 고사하고 하느님이나 부처님도, 죽은이나 삶조차 어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지요."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